람이/생명을 기다리다

람이 탄생기. written by 아빠.

LEEHK 2011. 8. 19. 21:08

꼼지락 꼼지락

덕배는 오늘도 움직인다.

아빠왔다 라고하면서

엄마배에 손을 갖다대면

더더욱 신나게 움직인다.

 

그랬던 덕배가

어느날 세상에 나왔다.

아빠는 회사서 산넘고 물건너

왔다.

 

아빠는 정신이 없었다.

아무 생각도 안났다.

다만 힘들어하는 엄마가

걱정되었다.

 

엄마가 분만실 들어가고

수술복 입었지만

여전히 정신없다.

하지만 왠지 잘될것이라는

믿음만 가득했다.

 

덕배가 람이가 된 순간.

탯줄을 잘라야 하는데

한번에 못잘라 엄마랑 람이에게

미안했다.

혹시나 탯줄 자를때 아플까봐.

 

고생한 엄마는 멍하니

하늘만 보고 있었다.

고생했다 말해주고

도닥여 줬지만

나의 눈은 람이에게만

가있다.

 

람이는 한대 맞고

계속 울었다

편한 엄마 뱃속에

있다가 험한 밖에

나오니 녀석도 힘든가보다

 

정신을 다 차리기도 전에

람이 목욕시켜주라는

간호사에 말에

람이를 얼떨결에

들어서 물에 넣었다.

 

람이는 생각보다 무거웠고

물은 생각보다 뜨거웠다.

 

혹시 애가 뜨거워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람이을 목욕시켜주며

노래를 불러줬다.

 

덕배일때 많이 불러주던

나무야나무야를

개사한 덕배야덕배야

 

이녀석이 근데 찡찡 거리다가

왼쪽눈을 살짝뜨고

찌푸린 얼굴로 조용히

내 노래를 듣고있었다.

 

신생아는 시력이

거의 없다고 알고 있지만

이녀석은 분명 나를 보고

있었다.

 

짧은 순간이였지만

나는 세상에 처음 나온

람이와 인사하면서

복잡 미묘한

뭐라 표현할수 없는

벅찬 감정속에서도

람이의 외관 특징을

머리속에 집어 넣을려고

노력했다.

혹시 신생아실서 바뀔까봐. ㅎ

 

세상에 처음나온 람이는

생각보다 덜 뾰족한 머리와

왼눈을 살짝 떴고

오른쪽 눈위는 붉었다.

(나중에 연어반인걸 알았다)

머리 숫은 적었고 태지로

뒤덮혀 있었다.

그리고 무었보다

고추가 너무 작았다.

무엇보다 그게 너무

걱정이었다;;

(나중에 커졌다 ㅋ)

초음파로도 확인했지만

손가락 발가락 개수도

다시확인하고

안심했다

 

짧은 람이와 인사뒤에

간호사에 지시에

따라 방을 나와서

병실을 예약했다.

그때까지도 엄마는

멍하니있어 걱정되었다 ㅠ

 

병실 예약할때

간호사가 신관병실은

모두 나가고 별로 안좋은

구관 일반병실밖에 없다고 했다.

 

구관이 너무 낡은 것을

알기에 더 좋은 방은

없냐고하자 그때야

그병원에서 젤 비싼방

하나가 남았다고 했다.

 

난 전혀 주저함 없이

그거 달라고 하자

간호사가 잠시 놀랐다.

내가 돈이 없게 생겼었나

부다 ㅠㅠ

하지만 간호사가 놀라는

모습을 보니 조금은

에헴했다.

나도 속물인가보다 ㅋ

 

여튼 람이 탄생으로

정신없는 가운데

간호사가와서

엄마 영양제 투여여부

물어봤다

 

당근 아무 생각 없이

가장 좋은 걸로 달라고

했다.

병원가기전 허튼 돈

쓰는걸 무지 싫어하는

아내가

영양제의 불필요함에

대해 많이 강조했지만

그때 난 아내에게

모든 걸 다해주고 싶었다.

 

짐을 옮기고 신생아실로

람이를 찾으러 갔다

람이는 눈도 제대로

못뜨고 울기만

오른쪽 눈위가

붉은걸보니

아까 그녀석이 맞다.

서럽게 울어도

좋기만 하다

잡으면 부서질까

안을 용기가 안생긴다

 

그리고 람이는

우리가족들과

첫인사를 했다.

 

군대 다녀와본 사람은 안다

병장때는 별 기억없다.

하지만 훈련소와

자대배치 받은날은

십년이 지나도 생생하다

 

람이 태어난 순간이 바로

그러하다. 벌써 이백일이

다되었지만 그순간 만큼은

바로 어제처럼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