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 35주 정기검진에서 양수과소증 진단을 받았다. 덕배는 2.97kg
이 때쯤 다른 임산부들은 양수양이 최고치인 1L에 달한다는데 나는 5 정도에 불과했다.
* 양수과소증 검사는 양수의 깊이를 4군데에서 재서 그 깊이를 합친 cm 값을 기준으로 한다.
* 그 수치가 4 이하일 때 양수과소증 진단이 내려진다. 수치 2 이하는 바로 입원이다.
* 양수과소증이란 양수 양이 100cc 이하인 경우에 내린다고도 한다. 우유 반 팩도 안 되는 양수양..... 덕배야 미안.
양수가 적으면 아이가 탯줄에 감겨 호흡이 멈출 위험이 있다고 한다.
거기다 남들은 피자처럼 넓게 퍼진 태반을 가지고 있는데 내 태반은 고구마처럼 뭉쳐서 못생긴 태반이라
아이가 성장하는데 좋은 환경이 아니라고 했다.
3주 전에는 양수 양이 넉넉했었기 때문에, 줄어드는 추이를 봐야 한다고 5일 뒤에 예약을 잡았다.
평일에 병원을 가려면 휴가를 써야 하기 때문에, 7일 뒤에 오면 안되냐고 했더니
양수 양이 줄어드는 추이는 개인차이가 크기 때문에 급격히 줄어드는 경우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안된단다.
양수 양이 적은 상태에서 유지되는 사람도 있지만, 급속도로 줄어드는 사람도 있는데,
후자의 케이스가 되어 상태가 위급해지면 아기를 살리기 위해서 급히 수술로 꺼내야 한다고 했다.
물 많이 마시면 양수가 늘어날 수 있냐고 질문했더니, 이제는 양수가 줄어드는 시기라 그렇지는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 인터넷에는 이온음료를 마시면 양수 양이 늘어난다는 카더라 통신이 있다.
* 이온음료는 공장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msg도 포함되어 있어 오히려 몸에 안 좋다는 이야기도 있다.
* 보리차 같이 끓였다 식힌 물을 많이 마시라는 의견도 있다.
-> 그래서 나는 뭐든 효과가 있어라 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온음료와 보리차를 수시로 마셨다.
태동에 항상 신경쓰고 2시간 이상 잠잠하고 조용해서 너무 조용하다는 생각이 들면 곧바로 병원에 오라고 했다.
빈혈검사 수치도 낮기 때문에 조혈주사도 미리 맞아놓자고 하셔서 태동검사를 한 뒤, 침대에 누워 링겔을 맞았다.
조혈주사라고 해서 주사기로 놓는 줄 알았는데, 피 색의 링겔을 2봉지 맞는 일이었다.
똑 똑 떨어지는 붉은 액체를 바라보며 심경이 복잡해졌다.
내 자궁이 내 아이가 자라는데 좋은 환경이 아니게 되었는데 아직 37주는 멀었고, 지금 낳으면 조산이라 위험하다.
스스로 한심한 기분도 들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답답하고, 속상했다.
그리고 다음 날 부터 인수인계 속도를 서두르고,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신청 프로세스를 밟기 시작했다.
언제 아기를 낳아야 할 지 모르는 상황이라, 장애 방지 등 업무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정리를 해나갔다.
* 다행히, 출산 후 12일이 경과한 지금까지도 전혀 업무 연락이 안 온다. -_-
* 일 잘하시는 분들을 잘 골라 인수인계를 잘 했다는 뿌듯함과 내 빈자리 따위 없다는 서운함이 반반씩 있다. ㅎㅎ
> 임신 36주 4일.양수는 4 로 줄었다. 덕배는 3.043kg
자궁 내 환경이 아이에게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아이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지 않는다.
골격과 머리는 큰 아이가 몸이 홀쭉해서 체중이 적단다. 이미 35주에 머리 지름이 10cm를 훌쩍 넘었다.
* 자연분만을 하느냐 못하느냐를 보통 머리지름 10cm로 잡는데, 나는 키가 커서 10cm 넘어도 괜찮단다;;
* 아이는 머리만 나오면 몸은 쉽게 나오기 때문에 자연분만 가능 여부는 보통 머리지름으로 따진다.
다행히 태아의 혈류순환도 문제 없고 자세도 태반 쪽으로 잘 자리잡아 아직은 안전하다.
태동만 좋으면 괜찮은 상태, 심박동도 좋고 엄마 배뭉침도 좋단다.
태동이 야단스럽지 않으면 바로 병원에 와야 하니, 항상 태동에 주의하라고 했다.
> 임신 36주 5일.
병원 다녀 온 바로 다음날, 이상하게 아침에 태동이 없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버지께서 중간까지 태워주셨는데, 심장이 너무 불안하게 뛰어서 다시 전화드려 병원까지 데려다달라고 했다.
회사에는 상황이 이러하니 병원에 들렀다가 출근하겠다고 연락하고 태동 검사기를 부착했다.
다행히 그제서야 움직이기 시작하는 덕배, 감사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틀 연속 병원에 오자, 선생님이 조금 이르지만 내진을 하셨다.
"엄마 왠일이야, 자궁문이 벌써 2센티나 열려있어!!" 라며 피 묻은 손가락을 보여주셨다. "엄마 이슬~"
* 내진은, 손가락을 넣어 -_- 잰다. 긴장하고 놀래서 완전 얼었다. 워낙 기겁한 상태라 통증을 많이 느끼진 못했다.
* 내진 후 내진혈이 나온다. 내 경우, 첫 내진 후에는 팬티라이너가 필요한 정도, 두번째 내진은 핏덩어리가 크게 떨어졌다.
* 내진혈은 며칠동안 계속될 수 있다.
초산은 40주 까지도 자궁문이 안 열려 있을 수도 있는데, 신기하게 준비가 된 산모라면서
둘째는 조산 가능성도 있으니 주의하라는 말도 덧붙이셨다.
배뭉침이 조금 더 자주 생겨서 자연진통이 와서 오면 좋겠지만, 초산에 아직 36주라 그건 어려울 것 같고
상황봐서 내일 유도분만을 시도할 수도 있고, 괜찮은 상태면 3일 뒤에 다시 보자고 하셨다.
그런데, 초음파 추정 체중인 3.097kg 에서 오차가 -500g, 즉 2.5kg일 가능성도 있다고 하셨다.
초음파 추정 체중이 실제와 다르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2.5kg에 36주 분만이면 조산이다.
어떻게든 오래 버텨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진료 후 회사 출근해서 팀 사람들에게 점심을 대접하고,
급히 휴직 프로세스를 밟고, 전자장비를 반납 및 보관 요청 결제를 올리고, 인사하고, 짐 정리하고 정신없이 마무리 했다.
당장 내일 아이를 꺼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다행히 팀장님께서 양해해 주셨다.
> 임신 36주 + 6일.
유도분만을 하겠냐 기다리겠냐 질문하셨다. 기다리겠다고 대답했다.
지금 낳으면 조산이 되어 체중 미달로 인큐베이터에 들어갈 확률이 있다.
다행히 회사를 그만 나가는 것으로 정리했으니, 집에서 수시로 덕배를 확인하면서 태동을 체크하기로 했다.
내가 조금 더 수시로 확인하면 되겠지. 조금 더 엄마 안에서 지켜줘야지 생각하면서도
더이상 내 자궁이 덕배에게 우호적인 환경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하루에도 열두번씩 고민했다.
더 오래 담고 있는다고 해서 아이에게 득이 된다면 당연히 그래야 하지만,
오래 담아서 아이만 힘들어진다면 이건 오히려 덕배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다.
태동이 한동안 없으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며 배를 때리기도 했다. "덕배야 움직여봐!!"
> 37주 + 4일.
3분 간격 가진통이 있었다.
* 새벽에 참지 말고 바로 병원에 왔으면 유도분만에 성공했을 수도 있을텐데라는 후회를 나중에 했다.
아침에 병원에 오니 가진통이 많이 줄어들어 있었다.
주기적인 가진통은 곧 진진통이 온다는 신호이므로, 선생님이 이틀만 더 기다려보자고 하셨다.
그 날은 무조건 유도분만 들어가니 입원준비를 하고 와야 한다.
내진 결과 여전히 2cm가 열린 상태였다. 화장실에 가니 핏덩어리가 여러개 떨어지고 피가 멈추지 않았다.
다시 진료실에 들어가 출혈 상태를 점검했다. 내진 후 자궁경부에서 작은 핏덩어리들은 떨어질 수 있지만
만약 태반이 떨어진 것이면 위험하니 계란만한 핏덩어리가 떨어지면 지체말고 병원에 오라고 하셨다.
> 37주 + 5일.
내진혈이 여전히 생리하는 것 처럼 나왔다.
아침에 계란 반 만한 핏덩어리가 콸콸 떨어졌디.
점심 때에는 출혈이 덜 해서, 자연진통이 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신랑과 함께 한 시간 정도 걸었다.
저녁에 다시 계란 반 만한 핏덩어리가 후드득 떨어지고 피도 콸콸 났다.
태반 조기박리에 대해 검색해보고 무서워서 덜덜 떨었다.
* 태반 조기박리란 아기보다 태반이 먼저 떨어지는 일로, 발견이 늦으면 태아가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
병원에도 전화해서 물어보고, 배를 두드리며 노래부르며 덕배야 움직여봐를 연신 외쳤다.
다행히 덕배가 대답해 주었고, 어차피 다음날이 유도분만 하는 날이라 새벽을 뜬 눈으로 새우며 태동을 확인했다.
> 37주 + 6일 ~ 37주 + 7일, 이틀 내내 유도분만 시도 및 실패, 퇴원.
> 38주 + 1일. 자연진통으로 입원 및 덕배 출산.
* 이람이가 깨서 젖달라고 외칠 시간이라. ^^ 유도분만 실패 및 자연진통 출산 이야기는 차후에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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