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념의 문서화

조부모와 함꼐 산다는 것.

LEEHK 2011. 6. 17. 21:17

 

 람이는 지금 40평대 래미안에서

 엄마 아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외삼촌과 함께 살고 있다.

 

 엄마 아빠의 신혼집 전세 계약이 2년 만기가 되는 시점이

 람이가 엄마 뱃속에서 덕배라는 이름으로 7개월 된 상황이었다.

 새로 집을 구해 이사갈까 하다가

 어차피 출산 후 한동안 친정에서 신세를 질 예정이던 엄마가

 빈 방이 2개 있던 성남 집에 "1년 만 들어가 살까?" 묻자

 굉장한 딸바보인 (지금은 손자바보가 되어버린)

 람이 외할아버지가 "생활비 한 푼이라도 내면 내쫓는다."

 라는 조건으로 두 팔 벌려 환영하셔서

 조건부 동거를 하게 되었다.

 

 람이 아빠와 엄마의 출퇴근 시간이 각자 왕복 1시간 이상 멀어졌지만,

 빨래, 식사 준비 등을 람이 외할머니가 해주시는 덕분에 삶의 질은 훨씬 높아졌다.

 물론, 생활비도 부담한다. :)

 

 

 

 람이가 태어난 뒤로, 육아가 이 정도로 힘들 줄은 상상도 못했던

 초보 엄마가 정신이 나가버리고 산후 우울증에 시달릴 때

 가족들이 람이를 애정으로 보살피고 사랑해 주었다.

 

 람이가 아토피 진단을 받고, 많은 감정의 골을 지나 이제 현실을 받아들였을 때도

 엄마는 람이의 눈을 마주치다가도 수시로 온 몸을 훑어내려가며 병변을 확인하느라

 람이를 진심으로 사랑함에도 즐겁게 웃어주기 힘들어 했지만,

 람이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람이의 병 따위 보지도 않으셨다.

 그저 이쁜 손자, 손자, 귀여운 손자, 사랑스러운 손자, 어여쁜 손자.

 

 집 안에서 유모차를 끌고 온갖 노래를 부르며 아가 앞에서 온갖 재롱(ㅎㅎ)을 부리시고

 오줌을 싸도 똥을 싸도 이쁘다고 허허허.

 람이 엄마와 외삼촌을 기를 때는 기저귀 한 번 갈아주신 적 없는 할아버지는

 람이 기저귀를 갈다가 입 안으로 오줌을 맞으신 적도 있을 정도이다.

 

 람이는 할머니를 제일 좋아하는데, 엉엉 울다가도 할머니가 보이면

 울음을 뚝 그치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람이를 데리고 세 시간도 끄떡없이 노래부르며 놀아주신다.

 람이 엄마의 극단적인 말을 서슴없이 꾸짖으시고

 "내 손자한테 함부로 하면 너 혼난다." 라며 람이를 아끼신다.

 

 

 물론, 람이 외삼촌은 정말 람이 엄마 인생의 오아시스일 정도로

 쓸모도 많고 편리하고 벌레도 잘 잡아주고... ㅎㅎㅎ 정신적으로 의지도 많이 된다.

 람이 예방접종한 밤, 악을 쓰고 울어대서 람이 엄마가 패닉에 빠졌을 때

 차를 운전해서 응급실까지 데려다 준 것도 람이 외삼촌.

 람이 아토피 때문에 가구 대 이동이 있을 때, 람이 엄마가 몸이 아파 청소를 못 할 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항상 함이 되어준다.

 와레즈 운영자이자 구매대행 전문가로 능력자... 쓸모가 정말 많다. ㅎㅎㅎ

 

 

 

 

 예전에는 대가족으로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이모 고모가 함께 아기를 봐 주고

 아기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는데, 요즈음은 핵가족 시대라 엄마가 하루종일

 집 안에서 아기와 둘이 보내는 집이 많다.

 람이 엄마도 성남으로 들어오지 않고, 아기와 둘이 있었다면 정말 극단적인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일단, 육아와 가사를 병행한다는 것은 매우매우매우매우 힘든 일이다.

 감히 '불가능하다' 고 까지 표현하고 싶다.

 특히 람이처럼 아프고, 부비면 상처가 나니 옆에 항상 붙어 있어야 하는 아기는 더욱 그렇다.

 

 

 

 람이의 기저귀 발진과 여름이라 더운 탓에 요즘은 기저귀를 벗겨놓고 사는데

 바닥에 깔아놓은 천기저귀에 소변이 조금 묻은 걸 엄마가 모르고 그냥 두면

 람이 외할머니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빨래는 할머니가 해주는데, 왜 내 손자 젖은 거 쓰게 두는거냐!!"

 람이의 빨래는 할머니가 해주신다.

 람이 엄마의 식이제한으로 까다로운 식사 준비도 할머니가 해주신다.

 람이 응가가 모유변이라 묽게 나오면, 특별히 람이 엄마에게는 잡곡밤에 밤을 넣어 주신다.

 밤을 먹으면 변이 좋아진다고, 껍질을 까서 파는 밤은 약을 넣어 색이 안 변하는 거라고

 직접 사서 일일이 껍질을 까서 넣어 주신다.

 "이건 너 먹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내 손자 똥 좋아지라고 주는거다."

 

 빨래도 해 주신다. 람이 빨래는 매번 푹푹 삶아 드럼세탁기에 돌린다.

 원래 성남 집에는 드럼세탁기가, 양재동 신혼집에는 통돌이 세탁기가 있었는데

 두 개를 모두 성남 집에 설치하고, 아기용으로는 드럼세탁기를

 어른 빨래는 모두 통돌이 세탁기에 돌린다.

 진드기 방지로 침구도 매번 60도 이상 온도에서 빨아 수시로 교환해주신다.

 

 람이 엄마가 하는 것은 청소다.

 매일 다이슨 청소기로 온 집안을 밀고, 밀대걸레로 닦는다.

 집이 넓어 이것도 꽤 오래 걸린다. 라고 변명해봤자

 람이 할머니가 해주시는 가사노동의 1/4도 안 된다.

 

 

 

 람이는 할머니와 엄마가 번갈아가며 돌보아주고 놀아주고 가사를 하기 때문에

 항상 옆에 사람이 있고 보아주고 사랑해주는 것에 익숙하다. 

 엄마가 우울해서 웃지 못하는 날에도, 할아버지 할머니 외삼촌이 웃으며 놀아주어

 매일매일 해맑게 하루를 보낸다.

 

 람이 아빠는 할머니와 함께 자랐는데, 부모님에게도 받지 못했던

 '무조건 적인 사랑'을 주신 분으로 때로는 부모님 이상으로 할머니를 사랑한다.

 람이 아빠의 할머니는 몇 년 전 돌아가셨는데, 아직도 꿈에 나오실 정도이다.

 조부모와 함께 살아보지 못한 람이 엄마는 그 마음을 백프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상상만 하고 있었는데, 지금 람이와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보니

 이제 그 깊은 사랑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아이는 조부모와 함께 살아야 한다.

 살아가느라, 키우느라, 경제 활동을 하느라, 육아를 하느라

 무거운 어깨에 아이에게서 사랑과 짐을 동시에 느끼는 부모는 줄 수 없는

 무한한 사랑, 무조건 적인 사랑, 깊은 애정을 조부모를 통해 받아야 한다.

 

 

 물론, 람이의 일산 할머니 할아버지도 람이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신다. ^^

 람이 큰아버지 고모도 역시 그렇다.

 부족한 엄마가 때로는 우울하고 지쳐해도- 엄마 몫 이상으로 사랑을 주시는 분들이 많으니

 사랑받는 아이, 행복한 아이, 지금처럼 예쁘게 커다오.

 대신, 람아- 아빠는 엄마가 가질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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