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생명을 기다리다

임신 9개월 진입 - 임신 33주. 몸이 무겁고 아프고 숨이 차다.

LEEHK 2011. 1. 6. 16:19



 옆에서 보면 정말 완벽하게 동그랗다. 그래서 이 때 쯤 만삭사진을 찍으라고 하는구나.

 (만삭사진은 찍고 싶은 기분 5%, 귀찮은 기분 95%라 안 찍을 예정이다.)

 가슴 높이만큼 배가 올라왔다가 신기해 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배가 가슴보다 2배 정도 높다.


 걷다가 힘들고, 말 조금만 해도 숨이 차고, 잘 때 호흡이 가쁘고 위액이 올라온다.

 덕배가 온갖 중요 기관 - 폐, 위, 심장- 을 다 누르고 있는 것 같다.

 12시가 되면 피곤해서 뒤척임 없이 바로 잠들고, 새벽 5시 반 쯤 되면 일어나 화장실을 가게 된다.

 

 버스를 타면 이 아이가 정말 열심히 움직인다. 온몸을 뒤틀어 좌우를 뒤집는 것 같다.

 내장 기관을 눌러대는데, 평소에 감각을 느끼지 못했던 부위가 이젠 자극에 익숙해지는 것 같다.

 

 체중은 임신 전에 비해 11~12kg 가량 늘었다. 

 얼굴과 상체는 조금 동그래진 정도, 배/허리/엉덩이에 특히 많은 체액과 지방이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신랑이 매일밤 에이솝-_-바디밤으로 마사지 해 주고, 임산부 요가도 꾸준히 해주는 덕에 종아리 부종은 거의 없다.

 스트레칭을 꾸준히 해 주면 기지개를 켜도 다리에 쥐가 나는 증상이 사라진다. 손발저림도 없다.


 튼살이라는 것이, 비싼 튼살크림 발라도 생길 사람은 생기고, 안발라도 안 생길 사람은 안 생긴다는 -_- 

 애매모호한 녀석이라, 임신 초기부터 그냥 바디로션과 바디밤을 꾸준히 발라주었더니 

 다행히 아직 몸에 튼살자국이 생기지는 않았다. 비싼 튼살크림의 상술에 놀아나지 않았다는 기쁨이 조금 있다.

 건조하지 않게, 유분과 수분을 샤워 후 적절히 공급해주는 것이 첫 번째요.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신랑이 마사지 해 준 것이 두 번째요. 원래 살이 많았던 게 아닐까 싶은 것이 세번째다.


 날랜 걸음은 걷지 못한다. 치골 부위의 통증이 심해지고 배도 무거워서 천천히 걸어도 아프다.

 치골과 배 아래쪽의 통증은 밤 11시 넘어서 더 심해진다. 하루의 피로가 누적되는 시간이라 그런 것 같다.

 하루는 종아리가 아파서 세븐라이너를 누워서 했는데, 끝나도 도저히 다리를 들어올릴 수가 없더라.

 

 병원에서는 34주가 되면 그 때 부터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라고 한다.

 아마 33주까지는 아기가 나오면 조산으로 위험하고, 34주 부터는 조금 안정적이라 운동을 해야 하는듯.

 37주 부터를 대략 정상 분만으로 본다. 그래도 40주 채워 낳는 아기가 더 건강하고 좋겠지. :)



 

 문득 걷다가, 배를 내려다보고 기묘한 기분에 빠졌다.

 이 안에 아이가 있는거지- 덕배가 있는거지.

 대학 때 팔랑팔랑 놀러다니던 처녀-_-시절에서 별로 변한 게 없는데, 어느새 나는 생명을 키우고 있구나-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