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하고 안타까운 일들이 왜 일어난 건가 되짚어 생각하다보면
결국 원인도 해결책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88만원 세대에 나오는 개미지옥은 이런 현실을 정확히 묘사하고 있다.
개인의 힘은 지극히 미미하여 맞서 싸울 수 없다.
해결책은 뭉치는 것 뿐인데, 가장자리에 있는 일부는 죽을 수 밖에 없다.
분신자살한 전태일처럼.
모두가 죽기 싫어하고 누군가 대신 죽어 우리를 편하게 해주기를
고대하며 제 자리에서 동동걸음만 치고 있다. 나라고 다를 거 있나.
개미를 구하기 위해 개미지옥이 되고 나면 과연 개미였건 때를 기억할 수 있을까.
개미지옥도 나름대로 수많은 사연과 이유로 똘똘 뭉쳐 있을텐데.
섣불리 입을 열었다 결국 힘든 이들을 더 속상하게 만들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아버린 어느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