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책, 내 인생의 동반자

기쁨을 주는 고요와 놀라움.

LEEHK 2008. 10. 11. 23:38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면 아껴 읽는다. 몇시간만에 단숨에 읽는 책들도 많지만, 머리 속에 남는 것은 별로 없고 금새 잊혀진다. 맛있는 음식을 아껴 먹듯이, 정말 야금야금 한페이지 두페이지씩 읽는다. 여행의 기술은 도균님이 몇 달 전에 준 책인데, 아직도 아껴 읽고 있다.

 

 위즈워스는 우리 영혼의 유익한 감정들을 느끼기 위해 풍경 속을 돌아다녀보라고 권했다. 알랭 드 보통은 작아진 느낌을 얻기 위해 사막으로 출발했다. 내가 윤승현을 부러워하는 것은 딱 하나 뿐인데, 그것은 그가 사막을 가 보았다는 것이다. 내가 펭귄을 부러워하는 것은 딱 하나 뿐인데, 그것은 그녀가 사막을 가 보았다는 것이다.

 

 조지프 애디슨Joseph Addison은 '상상력과 기쁨에 관한 에세이Essay on the Pleasures of the Imagination' 라는 글에서 "광활하게 트인 시골, 개발되지 않은 넓은 사막, 첩첩이 늘어선 거대한 산맥, 높은 바위와 절벽과 넓은 물" 앞에서 "기쁨을 주는 고요와 놀라움"을 느낀다고 썼다. 나는 바다를 볼 때면 몇십분이고 몇시간이고 움직이지 않는 버릇이 있었다.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는 상대를 앞에 두고 멍하니 서 있는 그 시간이 나에게는 굉장한 휴식이었다. 그렇게 머리와 가슴을 비워내고 오면 기분 전환이 되는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의욕도 생겨났다.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여행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서, 바다와 강이 익숙해졌다. 거대한 물이 일 년에 한 번 겨우 만나는 절대자가 아니라 언제든 볼 수 있는 친구가 되면서, 바다를 향한 나의 애절함은 조금씩 한눈을 팔기 시작했다. 사막에 가고 싶다.

 몇 년째 사막에 가고 싶은 충동과 갈 경우 지불해야 하는 기회비용 가운데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한 달 치 월급을 겨우 며칠 남짓에 들이붓는다는 사실이 나의 경제관념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고, 이제는 편한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커지며, 기왕 갈거면 길게 가고 싶은데 장기 휴가를 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라는 핑계로 억제하고는 있지만, 아마 5년 안에는 사막을 보게 될 것이다.

 그 안에 돈을 여유있게 벌어놓아서 마음에 부담 없이 돈을 지불하고 편하게 다녀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원체 충동적인 인생이라 어쩌면 내년 여름에 혼자 훌쩍 떠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