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이 야탑에 저녁 먹으러 갔다가, 축구경기 홍보 트럭을 보았다. 즉흥적으로 결정해버린 것 치고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2층은 만 원, 1층은 9천 원, 특석(VIP)은 1만 2천원 이길래, 망설임 없이 특석으로 결정했다. 국가대표 관계자석 바로 앞이었는데, 덕분에 홍명보, 김은중 등을 코 앞에서 보았다. 박주영 기성용 등 FC 서울 선수들 출입구도 바로 옆이라 즐거웠다.
성남에서 하는 경기인데도 불구하고 FC서울 서포터즈가 수적으로 우세라 왠지 성남을 응원하고 싶어졌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안정환씨한테 막말한 여자애도 FC서울 서포터즈가 아니었던가. 쓸데없이 얄미워졌다. 성남에서 해서 그런지 몰라도, 내 주변 모든 관람객들이 성남 응원을 하는 것 같았다. 성남이 골 넣으려다 놓치면 탄식하고, FC서울이 골 넣으려다 놓치면 박수치더라.
후반전에 FC서울 이청용이 골을 넣었을 때, 내 주변 관중석은 모두 침체된 분위기였다. 하지만 FC서울 서포터즈는 신명나게 노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90분이 넘어가고, 연장 5분만 남았을 때는, 승부가 끝났구나 생각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종료 20초 남겨놓고 모따가 동점골을 넣었다. 관중석은 완전히 축제 분위기였고, FC서울 서포터즈는 속된말로 분위기가 썩어가더라. 경기 끝난 줄 알았는데 터진 동점골이, 현장에서 관람하는 재미를 제대로 느끼게 해 주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선수 출입구 쪽에서 어린아이들이 하이파이브 한 번 받겠다고 손을 내밀고 있는데, 그 쪽에 눈길 하나도 주지 않고 퇴장하는 선수들이었다. 이기든 지든, 어른도 아닌 아이들의 손을 웃으면서 한 번 쳐 주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경기의 질 이외에도, 선수들의 팬서비스가 재관람을 유도하는 데 있어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K리그 입장객이 적다고 말이 많지만, 관람객을 향해 시선 한 번, 미소 한 번 던져주는 여유 없이는 큰 변화가 오기는 힘들 것 같다.
P.S. 가운데 17번 기성용 선수(89년생... -_-;;) 잘생겼더라. ㅎㅎㅎ
※ 관련기사 : 기자를 괴롭힌 '12000 관중의 영웅' 모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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