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영이가 대학 재학시절 두 쌍의 커플링을 만들어 주었었다. 보영이는 학생 때 여러 보석 디자인 공모전에서 상도 받았고, 지금은 다이아몬드 쥬얼리 디자이너 일을 하고 있다. 두 쌍의 반지 모두 고선생님이 직접 디자인 해주시고, 작업실에서 은판을 두들기고 백금 도금해서 만들어준 고마운 작품이다. 얼굴도 이쁜 것이 손재주도 좋아서 정말 신기하고 아름다운 친구다.
2005년 1월. 만들어줬던 첫 번째 커플링이다. 복복과 나의 탄생석인 자수정과 아쿠아마린이 들어있는 깔끔하고 심플한 예쁜 반지였다. 하지만 당시 연속된 야근과 주말근무로 정신나간 상태에서 내 몫의 반지를 잃어버리고 말았었다. 주말에 일하다가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정신차리려고 회사에서 세수하다가 놓고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데 잃어버리고 너무 속상했었다.
2005년 9월. 두번째 커플링을 만들어 주었다. "미안해 잃어버렸어." 라면서 사과하던 나에게 흔쾌하게 "또 만들어 주면 되잖아." 라고 달래주던 그녀가 정말 고마웠었다. 아래 사진에서 왼쪽이 여성용, 오른쪽이 남성용 반지다. 시간이 지나 백금 도금이 벗겨지면서 은 특유의 느낌이 살아나 더 고풍스럽게 변했다. 이제 손가락에 없으면 허전할 정도로 익숙해진 반지다. 이 녀석을 잃어버리기 싫어서 반지 끼고 손씻고, 세수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 사이 복복은 6키로가 늘어나 (안 믿을지 모르지만 6키로 늘어나셨답니다;;) 손가락에도 살이 쪘는지 반지가 맞지 않는다. 새로운 커플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보영이가 만들어준 것 이외의 것은 눈에 차지 않는 병이 애인에게 생겨버렸다.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보영이가 만들어준 세상에서 단 하나의 반지가 아닌 것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런; 눈만 높아졌다.
시간을 쪼개 작업실에서 친구 반지를 만들어주던 짧은 여유시간 조차 갖기 힘들어진 사회인인 보영에게 더이상 무엇인가를 요청할 수 없다. 보영이가 만들어주었던 것들 이상으로 예쁜 녀석이 나타나면 마음이 동할텐데, 그런 녀석들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커플링 새로 구입하는 문제는 아마 한동안 묻혀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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