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1. 준수야..T_T

애니밴드 (Anyband) 콘서트.

LEEHK 2007. 12. 1. 14:26

 콘서트를 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CD이상의 감동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CD이하의 음질이라면 콘서트의 의미는 없다.

 

 매번 사라지는 삼성전자 홈페이지 비밀번호를 다시 찾는 귀찮은 작업까지 하게 만들던 애니밴드 콘서트를 보았다.

 출퇴근시마다, 회사에서 코드 짜면서, 문서작업 하면서, 계속 들어온 애니밴드 음악보다 못한 음질이었다.

 

 뭐 굳이 일본에 비교하는 게 좋은 건 아니지만, 정말 음질 안 좋았다. 관객석 목소리와, 세 보컬의 목소리 크기 조절도 제대로 되지 않아, 어느 순간에서는 A가 거슬리고, 어느 순간에서는 B 목소리가 너무 작게 들리고, 조화롭지 못했다.

 거기다 MR의 녹음된 코러스 목소리는 왜 그렇게 큰지, 중간중간 추임새를 넣는 타블로의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섞이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었다. 이건 출연진의 잘못은 아니라고 본다. 엠넷 및 공연 관계자들의 음향장비 시설이나 조절 실력의 저조 때문이다.

 동방신기, 보아 이름 걸어놓으면 관객석은 꽉 찰테고, 중간중간 핸드폰으로 촬영하는 모습 클로즈업 해서 핸드폰 홍보도 하고 일석 이조라고 생각했겠지만, 난 오히려 실망했다.

 

 

 노래하는 기타리스트, 랩하는 기타리스트, 준수군과 타블로씨의 기타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진보라양 키보드 열심히 치던데 그걸로 애니'밴드'인가? 저 열악한 음향 환경을 보건데, MR에서 진보라양의 피아노 부분만 빼고 그 부분만 라이브로 하셨을까? 글쌔. 물론 뻔히 짐작한 보컬2+키보드1+래퍼1 의 공연이었지만, 무대 구조를 보아도, 왼쪽엔 준수 하나, 가운데에 키보드, 오른쪽에 보아양과 타블로가 끼어들어가 참 좌우대칭 맞지 않는다.

 4명이면 무대에 세울 때, 비율 좀 맞춰서 세워놓지, 키보드 올려야 하는 기구가 가운데에 밖에 없어서 그랬겠지만 보기 거북하다. 보아랑 준수랑 노래 부르는 내내 타블로 양손으로 크게 박수치고 있고 진보라양 멀뚱히 서 있고, 정말 어색한 공연이었다.

 그냥 뮤직비디오를 보는 선에서 그치는 게 훨씬 나았겠다. 최근 제일 자주 듣는 곡 중에 두 곡인데, 두 곡 다 본래 모습 이하의 라이브 공연이어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개인 공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동방신기 찬조출연은 시아준수 혼자 세우는 것보다 흥행 요소가 있어서 데리고 온 거겠지만, 이럴거면 왜 데리고 왔나 싶다. Rising Sun, 가면사나이가 윤호 부분에 등장했다. 윤호 없이 Rising Sun 공연 작년 a-nation에서 했잖아? 중간 잘 메꾸면서 잘 했으면서 이렇게 대충 공연을 때운 건 립싱크를 했기 때문이다. 라이브면 조율을 할 수 있었겠지만 립씽크면 중간에 흐르는 윤호 목소리에 다른 애들을 퍼포먼스 시킬 수 없었겠지.

 

 물론 아시아 투어 중이고, 일본 스케쥴 빡빡한 것 잘 안다. 이깟 공연, 이깟 음향 시설에 애들 목소리 혹사시킬 수 없었겠지. 체력 한계에 도달해가고 있을거고, 윤호 허리 부상도 조심해야 하겠지만 말이지.

 겨우 3일 전에 윤호 춤추면서 저런 포즈까지 취하고 그랬잖니, 코다양이랑도 춤 추고 그랬잖니. 일본에서 이제 막 상위권으로 올라가고, 인지도도 높이는 중요한 시기인 것도 잘 알고 있고, 몸이 재산인 애들, 돈 되는 일본에서만 빡시게 굴리는 것도 이해하려고 했다만. 애니밴드 콘서트는 광고비 억대 받고 나오는 것 아닌가? 돈 버는 공연에서는 성의있게 공연 해 줘야 하는 게 당연하잖니.

 윤호 허리가 너무 위험한 상태라서, 일본에서 정말 무리하면서 나와야 하는 몇 공연 이외에는 춤을 출 수 없다고 생각해보자. 그럼 다른 네 명이서 제대로 라이브 해 가면서 메꿔야 하지 않은가? 돈 안 되는 공연에서 립씽크 하는 건 이해한다만, 한국에서는 무조건 댄스는 립씽크인가? 아, 좀 짜증난다. 노래 못해 립씽크 하는 거라면 이해한다. 실력 되는 애들 왜 저렇게 수준낮은 공연을 하도록 하는 건가? 이건 기획사 정책에 대한 한탄이다.

 

 저렇게 라이브 하는데도 음향 시설이 개판이라 음질이 이따위야, 라고 말해야 음향시설이 바뀌지 않을까. 음향시설이 바뀌려면 방송사가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데, 이렇게 음반이 안 팔리는 상황에서 투자가 얼마나 될런지도 좀 의문이다.

 이거 참 문제가 쌓이고 쌓인 뫼비우스의 띠로구만.

 

   

 딱 하나 좋았던 건, 준수와 보아의 듀엣이었다. 고만고만한 시기에 연습했던 두 사람이 무대에서 저렇게 마주보며 노래부르는 모습을 보니 참 좋았다. 비록 음질은 좋지 않았고, 목소리 크기 조율도 완벽하진 않았지만, 정말 보기 좋았다. 사실 좋은 노래 부르고 좋은 공연 보여주면, 음향시설이 좋지 않아도 관객에게 감동은 전해지는 것 아닌가? 

 

 

 그렇게 노래부르는 표정 계속 간직해주렴. 위에서 왈가왈부한 이럭저럭 불만사항들, 다 가수 입장에서 결정되는 게 아니라 기획사와 방송사와 스폰서 윗단에서 다 조정되는 것이니 보컬리스트 들이야 무슨 잘못이 있으랴. 그저 결정된 상황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은 언제 그렇듯이 보기 좋았단다 준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