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콸콸 나왔다. 팔 오금을 탁탁 두드려 혈관을 찾아 바늘을 꽂고 채혈병을 꽂으니 핏줄기가 가늘고 곧게 뻗어너와 금새 병을 채웠다.
람이의 혈관은 그렇지 않았었다. 방울방울 피가 똑 똑 떨어졌다. 아이는 자지러지게 우는데 병이 채워지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몸을 주물러가며 피를 짜내야만 했다.
알러지 피검사 항목에 Cap test는 없고 MAST뿐이었다. 할까말까 상담을 하다 가정의학과 의사가 아이가 알러지가 있다해도 엄마가 알러지가 없는데 피 검사를 왜 하려고 하느냐 물었다. 대답이 궁색해졌다. 그러게요-
16개월이 되어도 수유를, 그것도 밥 다 먹으며 음료수처럼, 하루에 한 번만 하는 건 드문 케이스라고 산부인과 진단의가 말했다. 왜 하세요? 아이가 우유 알러지라- 구구절절 설명하는 말들이 허하게 공기 중을 떠돌았다. 거의 3년 만에 검진이네요? 네 2년 동안 임신과 출산을 하느라구요. 아아- 기타 알고 있던 몇 가지와 추가된 사실 몇 가지, 검사 항목 몇 가지 추가. 검사 후 모유수유 24시간 동안 하지 말고 그 사이는 짜내어 버릴 것.
검진 직후 2박 3일 출장을 가느라 48시간을 수유하지 않는다. 한 집에서 같이 자면서 수유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부러 날짜를 그렇게 맞추었다. 오전에 검사를 받고 점심시간에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다. 그리고 이틀 밤.
아이와 단둘이 자야 하는 신랑에게는 매우 미안하지만, 주말에 아빠에게 달라붙어 엄마는 저리가라 울던 아빠 껌딱지를 보아하니 전보다는 수월할 것 같아 정말 다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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