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념의 문서화

쉽지 않은 주제.

LEEHK 2012. 4. 11. 21:36

아이를 낳은 엄마의 삶은 어느 방향을 지향해야 하는가?

 

 

분만을 하는 동안 엄마의 몸에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은 자궁 수축도 돕지만, 아이와 나는 하나라는 일체감을 갖는데도 도움을 준다. 연인을 만날 때 분비되는 호르몬은 도파민이다. 설레이고 초조하고 두근거리고 미치게 좋은 기분, 이 호르몬의 유효기간은 일 년이다 이 년이다 삼 년이다 의견이 분분한데, 아무리 매력적인 이성이라도 한 명에게 그 기간 이상 도파민이 분비되지는 않는다. 도파민이 지나고 오는 것이 옥시토신이다. 항상 함께 무얼 하고 싶지는 않지만, 옆에 없으면 허전한, 편안하고 따뜻하고 안정적인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이 분만할 때 엄마의 몸에서 분비되어 모성애가 시작되는 것이다. 태아가 내 몸을 떠나 세상으로 가지만, 저 아이는 또 다른 나, 내 분신이라는 감정이 생긴다.

 

 

줌마테이너로 유명한 모 여자연예인의 이혼 기사에 가장 먼저 나오는 댓글이, 엄마가 본인 꿈 실현한답시고 가정과 아이 육아를 등한시하니까 그렇지 라는 글이다. 자세한 사정이야 내 알 바 아니지만, 엄마가 자아실현하는 것이 문제인가? 그것이 왜 비난할 주제가 되는가?

 

 

람이의 감기가 삼 주가 넘어간다. 목이 부었다가 열이 나고 콧물이 되고, 열이 나고 귀와 고막이 부었다가, 열이 나고 기침이 시작되고, 또 열이 난다. 코도 못 풀고 가래도 뱉지 못하는 아기가, 그렁그렁 숨쉬며 콧물을 줄줄 흘리며 항생제 먹고 설사도 했다가 몸에 발진도 생겼다가 새벽에 울며 깨어 신경질적으로 팔과 목을 긁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먹고 잘 싸고 잘 웃고 신나게 놀아 감사하고 또 귀엽지만, 복직 여부를 묻는 메일을 참조로 받아보고는 떠오르는 의문, 육아휴직 후 복직 안 할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 건가? 물론 형식적인 절차에 불구하겠지만, 그래도-

 

 

 

사람이 엄마가 되어, 아빠가 되어, 홀로 자신만을 책임지면 되던 존재에서 내가 아니지만 나와 동일시하게 되는 아이라는 존재를 낳은 뒤로, 꿈과 희망과, 아이의 보육을 양립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하여, 부족한 수면과 가끔씩 가슴이 꽉 조여오는 죄책감과 불안함에 시달리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쁜 아기를 보면 행복하고, 복직할 생각하면 출근할 생각에 설레이는, 답 없는 고민이라도 할 수 있을 때가 좋은 거라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다. 어느 하나를 선택하고 어느 하나를 포기해버린 뒤 보다, 고민하고 우울했다가 보람도 있을, 살아있는 머리를 뜨거운 가슴을 가지고 방황하는 지금이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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