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보물과 만나다

200일의 기적.

LEEHK 2011. 9. 5. 04:22

200일의 기적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1. 속싸개 없이 자기 시작했다.

 

속싸개 관해서는 눈물의 사연이 길다.

눕혀재우기와 숙면, 잠재우기 의식을 위해

시작했던 것이 점점 족쇄가 되었다.

팔이 자유로워지면 잠결에 눈을 비비고

귀를 뜯고 점점 심해지고 잠이 깨고

삼십 분마다 한 번씩 울어재꼈다.

팔이 안 풀리면 배고프지 않는 한 잘 잤다.

이것이 다들 거치는 정상발달 사항인지

아니면 아토피라 그런지

언제까지 팔을 싸매고 재워야 하는지

미친듯이 고민하고 검색하게 했다.

 

이백일 지나니 모로반사 없어지면서

속싸개 없이도 잘 자기 시작했다.

이것도 시간이 약인데, 나처럼

속싸개 오래한 사람이 거의 없어서

아무도 가르쳐주지 못했다.

 

아직 수면의식으로는 속싸개가 필요하지만

잠이 한 번 들면 풀어도 된다.

눈을 비비거나 귀를 뜯어도

웬만하면 손이 느려지며 다시 잠든다.

 

 

2. 수유간격이 늘었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두 시간 간격으로

일어나 울어재끼는 통에 너무 힘들었다.

수면 부족으로 인한 두통 때문에

진통제로 버티다가, 결국 출근하는 신랑이

람이 옆에서 자며 새벽마다 도와줄 정도였다.

 

6개월이 막 되었을 무렵에는

습도 훌륭하고 마침 피부 상태도 좋고 해서

밤중수유 끊는 시도를 일주일 정도 했었다.

최대 다섯시간은 달래며 재워지는데

그 이후는 정말 배고파서 우는 것 같았다.

마침 아토피센터 검진일에 가서 상담했더니

의사선생님이 조금만 더 엄마가 참으라고

이유식 진행되고 하면서 밤중수유 끊어야지

아직은 너무 빠르다고 하셨다.

그래서 다시 물리기 시작하니

또 두 시간 간격. TT 그냥 포기하고 살았다.

 

그런데 이 백일 이후 세네시간 간격이 되었다.

그냥 커서- 라는 이유 말고 원인을 찾자면

> 두 번째 앞니가 나왔다.

이가 나올 때는 아파서 자주 깼을지도

 

> 속싸개를 푸른 뒤 자세를 바꿔가며 잔다.

잠이 깰 무렵 움직이고 다시 잠드는

깊은 잠 얕은 잠 전환 능력이 좋아진 듯 하다.

> 이유식을 시작했다.

아직 많이 먹지는 않는데, 소량이나마

젖에 비해 뱃속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허기가 덜 느껴지나 보다.

 

 

 

3. 신체의 변화.

 

> 혼자 앉는다.

애를 볼 때도, 놀아줄 때도,

목욕시킬 때도 편해졌다.

 

> 침을 안 흘린다.

침독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라

온 가족이 람이 옆에 교대로 붙어

침 닦는 게 일이었는데

이가 나고 나서부터 침 흘리는 일이 없다.

검색해보니 돌 지나도 줄줄 흘리는 애도

많다고 해서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이것도 개인차가 심한가보다.

침을 안 흘리니

소서 위에 혼자 둘 수도 있고 참 좋다.

 

> 기타.

두번째 이가 났다. 키가 딱 20cm 자랐다.

 

 

 

# 종합하자면, 귀여워졌다. 전보다 많이.

 

점점 아기를 보기가 수월해진다.

내가 익숙해지는 것이 크겠지민,

람이의 웃음과 엄마에게 매달리는

작은 손바닥과 표정이 점차 늘어나

사랑이 샘솟고 산후우울증이 거의 사라졌다.

 

온몸에 발진이 올라도

죽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일정표와 관리 계획이 먼저 떠오른다.

전처럼 절망스럽지도 않다.

예쁜 눈빛이 나를 바라보고 있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