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심하게 체해서
다 토하고 뱃속이 죄어들며 아팠다.
수유 중이라 약도 못 쓰고 깡으로 버텼다.
원래는 새벽에 신랑을 깨우지 않지만
이 날은 너무 힘들어 수유만 하고
기저귀갈고 속싸개를 다시 싸는 과정을
신랑에게 부탁했었다.
그 이후 삼일 정도 새벽에 깨서 거들던 신랑.
통근버스에서 정신을 잃고 잔다며
새벽 수유 힘들겠다고 공감해주더니
오늘 새벽은 비몽사몽 눈을 감았다 뜨며
"죽을 것 같아" 라고 신음소리를 내시더라.
새벽 네시 오십분. 신랑의 기상시간.
네 번째 깨어 수유하고 있는 나에게
왜 안 깨웠냐고 하시기에
죽을 것 같다는 신랑을 어찌 부르냐고
혼자 했다고 했더니
"누가 그랬어?? 내가 그랬어?? 그냥 깨우지!!
그거 나 아냐 똥복이야!!"
푸하하 웃고 '난 똥복이도 사랑해" 라고 하니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나가는 신랑.
아침에 힘겹게 일어나 람이 기분 좋을 때
급히 밥 먹고 애기 보며 청소 언제하나
한숨쉬고 있는데, 친정엄마의 부추김을 받은
남동생이 청소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람이 아토피 진단 이후
매일 청소하고 걸레질을 하는데
집이 워낙 넓어 꽤나 시간이 걸린다.
아기를 보면서 청소하는 건
쉽지 않다.
특히 람이는 얼굴을 비비면 발진 올라오므로
업을 수도 아기띠를 할 수도 없다.
침독 방지를 위해 수시로 침닦고
주먹 먹으면 온 얼굴에 침바르고
머리긁으며 피내기 때문에
옆에서 지키고 있어야 한다.
며칠 전 아침에 졸리다며
청소기 돌리기를 거부한 남동생이 미워
두고 보자는 심정이었는데
오늘은 먼저 돌리니 아주 이뻤다.
"너 며칠 전부터 똥근이었는데
오늘은 이쁜 내 동생이다."
했더니 어리둥절.
아침에 매형과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한바탕 웃었다.
가족이 있어 힘이 난다.
감사하다.
똥복이와 똥근이는 별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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