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재를 찍다

똥복이와 똥근이

LEEHK 2011. 6. 2. 18:25

며칠 전 심하게 체해서

다 토하고 뱃속이 죄어들며 아팠다.

수유 중이라 약도 못 쓰고 깡으로 버텼다.

원래는 새벽에 신랑을 깨우지 않지만

이 날은 너무 힘들어 수유만 하고

기저귀갈고 속싸개를 다시 싸는 과정을

신랑에게 부탁했었다.

 

그 이후 삼일 정도 새벽에 깨서 거들던 신랑.

통근버스에서 정신을 잃고 잔다며

새벽 수유 힘들겠다고 공감해주더니

오늘 새벽은 비몽사몽 눈을 감았다 뜨며

"죽을 것 같아" 라고 신음소리를 내시더라.

새벽 네시 오십분. 신랑의 기상시간.

네 번째 깨어 수유하고 있는 나에게

왜 안 깨웠냐고 하시기에

죽을 것 같다는 신랑을 어찌 부르냐고

혼자 했다고 했더니

 

"누가 그랬어?? 내가 그랬어?? 그냥 깨우지!!

그거 나 아냐 똥복이야!!"

 

푸하하 웃고 '난 똥복이도 사랑해" 라고 하니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나가는 신랑.

 

 

아침에 힘겹게 일어나 람이 기분 좋을 때

급히 밥 먹고 애기 보며 청소 언제하나

한숨쉬고 있는데, 친정엄마의 부추김을 받은

남동생이 청소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람이 아토피 진단 이후

매일 청소하고 걸레질을 하는데

집이 워낙 넓어 꽤나 시간이 걸린다.

아기를 보면서 청소하는 건

쉽지 않다.

특히 람이는 얼굴을 비비면 발진 올라오므로

업을 수도 아기띠를 할 수도 없다.

침독 방지를 위해 수시로 침닦고

주먹 먹으면 온 얼굴에 침바르고

머리긁으며 피내기 때문에

옆에서 지키고 있어야 한다.

며칠 전 아침에 졸리다며

청소기 돌리기를 거부한 남동생이 미워

두고 보자는 심정이었는데

오늘은 먼저 돌리니 아주 이뻤다.

 

"너 며칠 전부터 똥근이었는데

오늘은 이쁜 내 동생이다."

 

했더니 어리둥절.

아침에 매형과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한바탕 웃었다.

 

 

가족이 있어 힘이 난다.

감사하다.

똥복이와 똥근이는 별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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