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는 1~2시간에 한 번씩 깬다. 먹기 위해.
* 분유는 소화되는데 3~3.5시간. 모유는 2~2.5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생후 하루는 거의 먹지도 않고 계속 잤다.
생후 이틀째 되는 날 한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울어대는 통에 온 모자동실의 밤을 지옥의 밤으로 만들었다.
생후 2주 까지는 먹는 시간 이외에는 자거나, 이쁜 짓 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울어도 기저귀 갈거나 먹여주면 다시 조용해졌다.
생후 3주가 되어 옵션이 하나 추가되었는데, 그건 바로 이유없이 울어재끼기.
방금 젖도 먹었고, 기저귀도 깔끔한데 찡얼댄다.
이유도 모르겠고 왜 우는지 왜 켕켕거리는 지 알 수 없는 초보 엄마는 어제 답답함과 짜증에 눈물을 흘렸다.
다섯시간 연속으로 아기가 깽꺵거리자 "왜이래?? 엄마도 사람이야!!!" 소리도 질렀다. -_-
그리고나서, 영원한 나의 스승 친정엄마의 조언을 통해 아이의 욕구에는 세번째 것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1) 배고픔
2) 기저귀가 젖어서 찝찝함.
3) 안아주고 노래불러주기를 원함. 불안해서 그런가. 사람 손이 그리운가.
지금은 노래 불러주고 안아주면 잘 잠든다. 또 뭔가 옵션이 추가되지는 않았으면...;;
둘째 엄마였다면, 병원에서 모자동실도 안 하고,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실에 아기도 많이 맡겼겠지만
아이를 처음 낳아보는지라 불안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심리가 정말 이상해져서 람이를 하루에 반 이상 데리고 있었다.
몸조리하러 들어간 산후조리원에서 내 몸을 제대로 못 챙겼다. ㅜㅜ
얻은 건, 수월한 모유수유. 유선염은 물론이고 가슴에 통증도 없고, 유두혼동도 없고 수월하다.
잃은 건, 몸조리. -_- 몸조리해야 할 산후에 계속 수면부족 상태라 아직도 뼈마디가 쑤시고 손목이 시큰거린다.
얻은 것 같기도 하고 잃은 것 같기도 한 건 체중. 막달까지 부종 포함해서 18kg 늘었는데, 삼칠일까지 13kg 줄었다.
남아있는 5kg은 모유수유를 위한 배와 허벅지에 지방으로 붙어있는 듯.
얼굴과 턱선, 목은 거의 임신 전 상태로 회복해서, 헐렁한 옷을 입으면 다 빠진 것 처럼 보인다.
모유수유로 영양분을 많이 내보내고 있고, 람이에게 붙어있느라 식사도 제 때 못하고, 식욕도 많이 없기 때문이다.
* 삼칠일 이후 4일 만에 또 1kg이 빠졌다. 이제 4kg 남음. ㅎㅎ 덕분에 거울을 보며 산후 우울증을 많이 달래고 있다.
말도 통하지 않고, 아직 엄마인지 물티슈인지 천지 분간도 못 하며, 사람에게 초점도 맞추지 못하는 신생아.
간혹 짓는 배냇짓에 가슴이 녹아내리지만, 이건 날 보며 짓는 미소가 아니라 결국 허탈해진다.
어쩔 수 없는 사람인 탓에 보상 없는 체력 소모와 수면 부족과 봉사에 지쳐가고 있었다.
오늘 새벽, 그래도 살겠다고 젖을 물고 열심히 빨아대는 람이의 눈매가, 막 태어났을 때 만났던 람이와 겹쳐 보였다.
* 지금 람이는 태어났을 때보다 1kg도 넘게 찌고 얼굴도 동그래져서 태어났을 때의 날카로운 모습이 많이 없다. ㅎㅎ
너- 내가 아는 그 아기 - 그토록 애타게 기다렸던 덕배 맞구나. 갑자기 고맙고 미안하고 애틋해졌다.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는 분명히 수유쿠션 안에 람이의 전신이 들어와 있었는데,
어느새 수유를 하다보면 람이의 발은 수유쿠션 밖으로 나가 있다. 살만 포동해진 게 아니라 키도 커졌구나. 내 아가.
한 달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렇게 많이 변했는데, 앞으로는 더 많이 빠르게 변하겠지.
빨리 커서 엄마도 알아보고 눈도 마주치고 웃어줘- 그래서 엄마에게 감정적 보상을 해줘- 하고 계속 바랬는데,
아이는 이렇게 빨리 자라는데, 더 빨리 크면 지금의 람이가 기억이 안 나서 아쉽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그 이후 다시 이 시간에 소중해졌다.
비록 졸리고, 배고프고, 관절아프고, 뼈마디가 쑤시고 힘들어도 -_-
신체 어디에 문제 없이 건강하게 태어나주고, 크게 아프지 않은 것 만으로도 넘치게 감사해야지.
신생아 람이는 이제 내 인생에서 다시는 만나기 어려울테니. 더 많이 웃어주고 더 많이 챙겨줘야겠다.
++
하지만.
때로는 사무실에서 날 미친듯이 괴롭혔던 저 따가운 햇살도,
카페테리아 언니들이 가끔 만들어주던 예쁜 하트도 다 그립다.
애기 키우는 것 보다 회사 생활이 훨씬 편하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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