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하다보니 결국 칼퇴근은 저 하늘로, 8시 즈음 회사를 뛰쳐나가다.
아이폰 동기화에 문제가 생겨 육교 앞에서 회사로 되돌아가던 순간은 참으로 한심했다.
상수역에 내린 것이 9시 경, 쪽문이 열려 있을 리 없으니 부지런히 정문까지 걸어가 (마음은 달려가)
아직도 내 담당 지점인 서교동 지점에서 10만 원을 인출한다.
그리고 정문을 바라보고 한 장 찰칵.
인파에 휩쓸려 느릿느릿 향해 가면서도, "작년의 그 위치" 라는 말 한 마디에 곧바로 목표를 정할 수 있게 되다.
멀리 보이는 현수막의 익숙한 색감, 익숙한 글씨. 낯선 네온사인.
아는 사람이 1/3도 되지 않아 잠시 당황하다. 나 어디 앉아야 되지? =_= 내년에도 올 수 있을까?;;
저녁 9시 부터, 아침 5시까지. 반가운 얼굴, 반가운 사람, 웃고 떠들고 악수하고 인사하고.
12시 쯤 부터는 무슨 얘기를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점점 대학 때 기분이 되살아나 위험해졌다.
스무살 때의 이화경, 스무살 때의 친구들, 과거로 자꾸만 돌아가게 만드는 젊고 발랄하고 수줍은 재학생들.
직장인들이 되었지만 여전히 어리버리 귀여운 후배들-
한줄기 이성을 부여잡고 집으로 향했다. 이제 끝- 놀이는 그만- 추억도 그만- 나는 졸업했는걸.
여명이 밝아오는 시간에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강변북로. 이 길도 너무나 익숙해서 감상에 젖게 되었다.
사랑해- 그리운 기억- 하지만 이제는 동기들과도 전 같지 않은 것 같고. 나는 직장인이고, 가정이 있고.
서른즈음에 에 마음이 저며오는 나이가 되었네.
다음날 몰려오던 지독한 숙취. 현실과 기억 사이를 넘나들던 정신. 따뜻한 내 사람.
묻고 싶은 말들, 하고 싶은 말들이 가득하지만, 당장 쌓인 업무나 해치워야 하는 이 곳은 한남동. ㅎㅎ
학교는 마약 같다. 끊으려 하지만 설레이고, 포근한 듯 하지만 차갑다.
언제쯤 차분히 마음을 부여잡고, 바깥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을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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