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재를 찍다

재택근무 한 달.

LEEHK 2020. 4. 1. 02:24

2월 말, 많은 감정과 함께 집으로 뛰어들어왔는데, 어느새 한 달이 후딱 지나갔다.


행아웃 도중, 둘째가 뛰어들어와 삼촌 이모들과 인사도 하고, 부모님께서 애들을 아침에 데려가 저녁 먹여 보내주시도 한다. 애들 정신 빼놓으려 골드버그 장치도 사고 터닝메카드도 다시 들이고, 과자에 초코로 그림그리기도 샀다. 책도 여러 번 자주 사주었더니 중고책 구매로만 알라딘 플레티넘이 되었다.


눈이 약해 듀얼 모니터의 다른 색감을 견디지 못하는 탓에, 회사에서는 랩탑을 데스크탑처럼 닫아두고 시네마 디스플레이 하나만 연결해, 강산이 바뀌기 전에 구매한 기계식 체리 키보드와 로지텍 무선 마우스만 써왔다. 랩탑은 회의 갈 때만 열었다.

그러다 이번에 충동적으로 노트북만 홀랑 들고 들어온 탓에 며칠간 시행착오를 하다가, 맥북 10년차에 드디어 트랙패드 제스쳐를 마스터했다. 독서대로 쓸까 싶어 이케아에서 몇 천원 주고 샀던 노트북 거치대는 재택근무의 1등 공신이다.

출퇴근 리소스가 빠지니 오히려 집중 시간도 확보가 용이한 장점도 있다. 어제는 또 아픈 우리집 큰 아들이 휴가내신 덕에 집에서 동생 둘을 커버해주기에. 집중해서 진도를 빼다보니 밤 10시, 씻고 안아주고 재우고 다시 나오니 밤 11시였다. 평소 10시 퇴근해서 집에 오면 이것저것 하고 자정 넘어 나가떨어지기 일쑤였던 것에 비하면 굉장히 양호하다.


애들이 작년 말부터 몇 달째 외부 활동 없이 집에서만 갇혀 있다 보니, 신경질이 늘고 정서적으로 상당히 불안해져 있었다. 재택근무 한 달 엄마가 집에 늘 있으니 확실히 아이들이 많이 안정된 것이 눈에 보인다.

최근에 부모님이 근처 도보 거리로 이사 오셔서, 양쪽 집을 오가며 지낼 수 있어 아이들의 생활 반경이 넓어졌다. 낮에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지낸다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당연한 일상이라, 나름 일과 양육의 시간, 공간을 분리할 수 있어 재택근무가 잘 정착될 수 있었다.
신랑 자가격리 등의 사유로 부모님과 만나지 않은 시기도 꽤 길었는데, 낮에 한 집에 있더라도 엄마 일하는 시간에는 말 걸면 안 된다는 것도 잘 지키는 편이고, 정 안 되면 근무시간 조정으로 오프를 하고 집중해서 실컷 놀아주고, 가능할 때 바짝 채워 일해서 괜찮았다.


부모님과 아이들이 건강하게 계속 함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가족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게 제일 감사하다. 이 시국에 재택근무의 총점은 감사하고 만족이다.

' > 현재를 찍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가 그린 가족.  (0) 2020.04.13
내 아이가 우리 엄마에게 꽃을 주다.  (0) 2020.04.10
균형을 잡고 최선을 다한다.   (0) 2020.01.25
2020.   (0) 2020.01.02
2019 MMA.   (0) 2019.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