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자리가 또 사나웠다.
마음 아픈 소식을 많이 듣다보니 낮에는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내다가도 무의식 중에 자꾸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삶에 지장이 가지 않을 정도의 불편함을 가지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살기 위해 적응하는 것이 본능이라지만, 때로는 익숙해지면 안 되는 것들도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그릇이 감당할 수 있는 양이 적다면 그릇을 키워야겠지. 나이 들어 머리 나빠지고 선호도 분명해지고 있다면, 담을 수 있는 용적이라도 늘려야 하지 않겠는가.
김포 가는 아침 리무진 버스는 추가 배차가 필요할 정도로 꽉 꽉 차 있다. 사고 이전보다 더 붐빈다. 여행 자체를 거부하기보다, 그저 덜 위험해 보이는 수단을 선택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알고 보면 리스크는 별 차이 없을텐데 말이다.
일상이 마비되어 공황 상태에 있을 수는 없다. 모 페스티벌 대표의 글처럼, 우리는 살아가며 위로하며 이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 역시 그저 현실에 적응해버린 무기력한 기성세대의 모습이 아닐런지. 삼풍 사고를 보며 그저 슬퍼하고 말았더니 이렇게 새끼를 먼저 보내게 되었다고- 젊은 이들이 나서서 바꾸지 않으면 기자님도 나중에 자식을 잃을 수 있다는 어느 어머니의 인터뷰 기사가 자꾸 머리 속을 멤돌고 있다. 기부하고, 슬퍼하고 다독이며 현재에 충실한 것 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뀔 것 같지 않은데, "엄마는 내꺼야! 엄마는 보물이야~" 하며 꼭 끌어안고 애교부리는 이 작은 아이를 지키려면 무엇을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하는걸까. 그저 이 기운이 끓어올라 터질 임계점이 언젠가는 오겠지 하며 기다리는 것 밖에 정말 길이 없을까.
사회에 적응하면서도 나를 놓지 않으려 최선을 다해 삼십대까지 왔는데, 막상 이 사회를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저 최선을 다해 산다는 건 더욱 더 사회에 적응해버리는 결과를 낳지 않을런지. 말도 안되는 것들이 계속 불편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듬고 눈과 귀를 열어두는 것 말고 더 어떤 걸 해야 할까.
계속 고민하면서도, 무기력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이런 일 그만 당해야지. 아이들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은 그만 만나야만 한다.
큰 범위를 움직이는 영향력이 없으니, 일단 주변 작은 단위라도 바꾸려 노력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미안하다 아들 딸들아. 관성에 젖어 고리타분한 어른은 절대 되지 않으마. 잊지 않고 노력할게. 부디 새로운 세상에서는 고통 없이 편안하기를. 웃을 일만 가득하기를. 남은 가족들에게 살아갈 힘을 주기를. 우리가 모두 죄인이다. 정말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