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인상에 남은 글

남동생의 글. 알바하다가 본 비교우위.

LEEHK 2010. 7. 29. 18:49

2008년 여름 제주도 스쿠터 여행을 마치고, 조경 쪽 노가다 알바를 하던 남동생이 쓴 글.
이 좋은 글이 메일함에만 고이 보관되고 있는 것이 아쉬워서 블로그에 올림.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음. :)

 

 

 

알바하다가 본 비교우위랄까

 

현재 아는분은 알지만 나는 노가다 중이다.

정확히는 조경업 즉 나무.정원등등

관리하는 직종에서 일한다.

 

며칠전 사람 3명이서 하루 온종일 동안

땅을 파서 15점짜리 나무 10그루를 캐서

레카차에 상차를 했다.

(참고 여기서 15점이란 밑둥의 직경이 15센치라는 의미

        레카차=5톤 차에 작은 크레인 실려있는차

        상차= 캐어낸 나무를 차에 올리는것)

 

정말 죽는줄 알았다.

하루종일 바람도 안불고 햇볕도 장난이 아니라서

순간 어질어질했으니..

 

 

.. 이렇게 사람 3명에서 10시간 정도 노동을 해서

일한 작업량을 기계로 전환한다면 어떻게 될까.

 

 

웃기게도 1시간안에 끝난다

정확히는 나무 한그루당

포크레인이 나무 왼쪽 오른쪽 앞 뒤

4번 캐면 끝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효율적인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내가 노동을 할수있는

이유는 단 한가지 싸기때문이다.

 

포크레인 작은거 한대 하루 임대료는

40이다 오전을 빌리는 한시간을 빌리든

무조건 40이다 이유는 없다.

(사실 하루에 일을 두개 잡을 경우가 극히 드물기에

이런식으로 알고있다.)

 

그에 비해 내 일당은 7만원이다

잡부 3명이 일하면 21만원 지출

고로 이 엄청난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내가 일할수 있는것이다.

 

 

만약 일이 대규모라면 달라진다.

나무가 천그루면 무식하게 인부 300명을 투입하느니

포크레인 몇대를 투입하고 말것이다.

여기서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는걸거다.

효율성의 극대화..

 

 

음 다른 경우도 있다.

 인부의 격차

 

나 같은 잡부는 7만원

경력있는 아저씨들은 10만원

한작업을 총괄하는 반장님들은13-14만원이다

 

만약 기계가 들어와도

짤리는 우선순위는 역시 잡부->숙련공->반장이다.

효율성에서 사람이 기계를 능가할 수없다면

전문성에서 능가하면되는거다

기계는 만능이 아니다

미쳐 커버하지 못하는 영역을 파고들면 되는것이다.

 

 

각설하고

문득 우리가 나아 가야할 방향이

이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전문성을 극대화해서 정말 필요한 인간이 되든가

아니면 몸값을 떨궈서 효율은 낮음에도 쓸모있는

메이드인 차이나 같은 인간이 되거나

아니면 도태되거나..

다시금 배운다 쩝

 


 

 

 

※ 이 글의 내용이 너무 좋아, 당시 회사 분들에게 메일링 했었는데, 받았던 회신들 ^^

 

> ㄱㅇㄱ

잼있는 글이네요....

화경님 동생도 화경님 닮아서 독립심, 활동성 이런거 캐숑 뛰어난것 같아요 글읽어보니..

 


> ㅇㅎㅈ

효율낮은 메이드인 차이나같은 인간....ㅎㅎ


폭염속에서 힘들게 노가다(?)하면서도 많이 배우고 있구나^^

기특하다.

 

> ㄱㄷㅎ

오~

화경님 동생분도 화경사마처럼 발전적을 고민을 하는 바람직한 청년인걸 ^^

잘 읽었오!

 

> ㄱㄷㄱ

ㅎㅎ 동생도 글 잘쓰네~ 조금 과장해서 예전에 교과서에서 본 수필같은걸? ㅋ

음.. 보고난 후 한마디 덧붙이면.. 효율이 아닌 예술(Art)쪽도 나아갈 길로 생각해보면 잼있을꺼야 ^^

 

> ㅅㅈㅇ

오,, 화경쓰가 무슨 편지를 보냈을까 하며 열어봤는 데 ㅋ
많은 걸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네 ^ ^

좋은 내용 고마우이, 동생도 머찌다 ^ --^*

 

> ㅎㅅㅍ

경험을 통해서 느끼는 이런 멋진 생각들..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냥 막연한 고민만으로 만들어진 어떤 그 많은 좋은 말들보다

보다 값지고 멋있는 것 같다. 먼가 더 단단해 보이잖아.

그래서 해보지 못한 것이 항상 아쉽다. ^^


누구든 한번쯤 해봤음직한 고민들..

불확실한 미래, 스스로의 나아갈 방향, 미래에 대한 의지와 도전 등 좋은 말도 많지만..

간단히 말해서 머먹고 살아야 할지.. ^^


나도 한때 이런 비슷한 결론을 내린 적이 있었다.

물론 이렇게 멋진 과정을 통한 것은 아니고 심심하니 별보고 땅보고 술마시면서. ^^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서 생기는 또하나의 의문

숙련공 -> 반장....

바로 이것이다.


잡부 = 초보 기술직

숙련공 = 고급 기술직

반장 = 관리직


전혀 다른 직종으로 넘어가는 이런 현상..

꼭 이래야만 하는가.. 나는 관리자이고 싶은가.. 내가 가지고자 하는 자존심은 관리자로서의 능력인가?

머 직군을 바꾸는 것도 재미는 있을 거 같은데 내가 잘할수 있을까?

과연 나의 목적지는 어디인가?

ㅋㅋㅋ 괜히 이런 글을 보니 생각이 많아지네.. ㅋㅋㅋ

암튼. 화경은 좋겠네.. 동생이 다커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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