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쉬는 것.

한 달 휴가 중 벌써 삼 주가 지나가고, 이제 일주일 정도 남았다.

일은 강산이 두 번 바뀔 정도로 했지만, 육아휴직, 입학 뒷바라지 등 목적이 없는 장기 휴가는 처음이다.
그간 삶의 패턴을 볼 때, 공부도 일도 집안일도, 하나라도 더 해야 할 것 같은 내면의 압박에 쫓기겠지만, 조급해 말고, 잘 쉬어보자는 목표를 갖고 시작했는데, 제법 잘 지낸 것 같다. :)


매일 맛있는 것 해먹고, 해먹이다 문득, 아 우리집이 정말 맛집이구나 깨달았다. 휴양지 한 달 살기가 이런 식이겠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잘 못 먹는 편이라 지난 여름 상당히 줄었던 체중이, 행복한 휴가를 보내며 다시 올라왔다; 매일 너무나무 맛있다;;; 아이들도 내일은 엄마가 어떤 맛있는 것을 해줄 지 기대된다며 아 배고파졌다~~ 하며 잠든다.


그렇다고, 뭔가를 계속 해치우는 성격이 어디 가는 건 아니라, 집 정리를 많이 했다.
기존 소파의 쿠션이 다 주저앉아 새 소파를 사야지 벼르던 것도 실행하고, 십 년 넘게 사용해 껍질이 바스라져가던 매트 커버도 교체했다. 작아진 아이들 옷도 싹 정리해 물려주고, 방 가구 배치도 바꿨다. 청소 설거지 요리 빨래도 열심히 해서 집 안이 - 그 전에 비하면 - 반짝 거린다.
코로나만 아니면, 친구들도 만나러 다니거나 여행도 갔겠지만, 시절이 하 수상하여 어쩔 수 없이 집 안에 콕 박혀 아이들과 많은 것들을 했다. 외부와 거리를 두고 있는 작은 우주에서 사랑을 많이 주고, 많이 받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 한다고 한 것 처럼, 쉴 때는 잘 쉬고 싶었다. 강박적인 성격이 있는 탓에 백프로 잘 쉬는 능력은 아직 없지만, 그래도 매년 더 잘 쉬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스스로를 칭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