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념의 문서화
강릉에서.
LEEHK
2025. 6. 28. 18:06
강릉 중앙시장에서 강릉역까지 25분 동안 스콜처럼 비가 쏟아지다 금방 쨍하고 해가 내리쬐며 습기 가득한 후덥지근함이 덮쳐왔다.
속도를 줄이지 않은 하얀 트럭이 빗웅덩이를 촤악 밟고 달려가며 물이 한바구니 다리에 쏟아졌다.
멈출 수 없다. 발을 재개 날리며 에어컨이 틀어져있을 역을 향했다.
소나기에 젖은 우산을 양산처럼 쓰고 몇 분 걸었더니 표면이 바삭하게 말랐다. 온몸에서 솟아오른 더운 열기가, 온실같은 뜨거운 기류에 둘러싸여 시야가 좁아진다.
지난 새벽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게 괴롭히던 망상같은 상상이, 수시로 떠올라 폐부에서부터 한숨이 세어나오던 그 장면들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연속되던 그 고민들이 문득 어제 일처럼 아득하다.
몸이 편안하면 뇌가 활발하다. 몸이 힘들면 뇌가 멈춘다. 강박이 저 어둠 뒤편에서부터 일어나 몸을 잠식해갈 때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 하도록 궁지에 몰리면 된다.
바꿀 수 없는 무언가 때문에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머리가 끊임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것이 아무런 의미 없다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런 나를 인지한다면-
바로 다른 것을 하자, 다른 것에 몰입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