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념의 문서화

한 달 휴가.

LEEHK 2021. 1. 30. 19:15
2020년 휴가를 하루도 못 썼다. 재택이 무색하게 과로하고 초과근무하고 있던 상황이라, 업무 중에 휴가를 쓸 수가 없었다.
돈으로 돌려주지 않는거라 소진을 해야겠기에 반 년 전부터 내년 2월에 쉬겠다고 이야기하고 업무 페이스를 조율했다. 중요한 업무는 1월까지 마무리하고, 3월에 다시 시작하는 걸로 정리했다.

왜 휴가를 못 썼을까. 일정은 내 입으로 정하는 건데 늘 바쁘게 달리는 건 업무 습관이라 그렇다쳐도. 뭐가 달랐을까. 돌이켜보면, 큰 애가 태어난 11년 전부터 휴가는 애들이 아플 때, 혹은 아이들을 맡긴 기관에서 부를 때를 위해 아껴야 하는 소중한 것이었다. 큰애 어릴 때처럼 애가 일이주 폐렴으로 입원하면 집안이 폭탄맞기 때문에 휴가는 늘 여분으로 가지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작년은 애들이 안 아팠다. 특히 만병의 근원인 어린이집을 작년 내내 안 보내고 데리고 있었고, 밖에 나가도 늘 마스크를 쓰니 애들이나 어른들이나 상대적으로 감염병에서 안전했던 셈이다.


재택근무 내내 집에서 종일 애들일 봐주신 친정어머니의 피로도도 상당하셨기에 휴식을 드려야 했다. 2월은 나도 유급 휴가, 어머니도 유급 휴가다.
엄마 일하는 거 방해하면 안된다고 해서 집에 있는 엄마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해 아쉬워하던 애들도 종일 엄마랑 함께 하는 한 달을 갖게 된다. 기관에 가지 못 하고 외출도 잘 못 하는 코로나 시대에, 집안에 갇혀서 일 년을 보낸 아이들에게 사랑과 활기를 충전해주리라.


시간이 빛보다 빠름을 알기에 정신 차리면 3월이 오고 다시 회사일로 돌아가겠지만, 그래도, 한 달 휴가. 신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