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보물과 만나다

서울이 2개월 - 세계의 창조.

LEEHK 2016. 7. 29. 00:23

2개월 맞이 예방접종 5종 중 1차로 3종을 받았다. 주사 맞을 때 아픈 기억이 나는지 자다가 울고 자다가 울고 해서 계속 안고 있었다. 힘들어 눕혔다 안고 눕혔다 안고 하다가 문득, 작은 몸이 달라 붙어 작은 손이 꽉 잡고, 작은 아기가 꼬옥 품에 들어온 느낌이 오랫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작은 아기 람이는 이제 너무 커졌다. ㅎㅎ 꼬옥 들어오지 않는다. 팔다리가 밖으로 나간다. 똑똑해지고, 마음 씀씀이가 넓어졌으며, 말이 너무 많다. ㅎㅎ 정수리에서는 아기 냄새가 사라지고 흙내음 비슷한 땀냄새가 난다. 구내염으로 등원 금지 상태라 역할놀이에 대한 욕구가 가득 차 있어 수시로 놀아달라 보채는 걸 보면 여전히 어린애 같지만, 동생에게 옮길 수도 있으니 동생 만지지 말아라 라는 지침은 잘 지키는 걸 보면 참을성도 많이 생겼다.

 

 

신생아를 보자마자 모성이 뾰로롱 생기는 타입은 아닌지라, 그간 계속 첫째에 대한 인식은 변함이 없었다. 완수해야 되는 업무처럼 둘째를 돌보고, 몸이 힘들어도 무리를 하면서도 계속 첫째에게 사랑을 표현하며 애정을 쏟았다. 동생 생긴 불안함을 안심시켜 주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지만, 그냥 나는 내 아들을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둘째와는 차차 정이 들겠지, 그러다 시나브로 흠뻑 젖어들겠지 하며 기대를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둘째는 2개월에 접어들어 종종 웃고 옹알이도 다양해졌다. 젖냄새와 목소리에 반응하는지, 울다가도 내가 달래면 다른 사람이 안는 것보다 수월하게 달래진다. 아기가 생존을 위해 매달리기 시작하며, 엄마는 절대자의 지위를 획득하는 중이다. 첫째 때 했던 그 길을 둘째와 다시 밟고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한없이 예쁜 애기였던 첫째가 든든한 큰아들의 느낌으로 포지션 이동하고 있다. 둘째는 웃을 때만 귀여운 외모라 ㅎㅎ 워낙 예쁜 아기였던 첫째를 다시 미니어처 버전으로 안을 수 없어 조금 아쉽다. 하지만 사르르 눈웃음을 치는 둘째를 보며 심장 어택 당하며, 실물보다 사진이 못 나온다고 생각하는 주관적인 시선을 갖게 되면서, 이제 한 아이의 엄마에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세포 덩어리를 사람으로 키우며, 아이란 정말 놀라운 세계임을 실감한다. 이 작은 세상이 독립해 나가기 전까지 까다롭고 무겁고 힘들고 예측불허로 휘둘리며 성장을 주도하고 지원해 나가야힌다. 하나가 아직 마무리 되기도 전에, 두 번째로 생명을 낳아 두 번째로 세상을 창조하고 있다. 출산과 육아로 포기한 수많은 기회비용들에 뒤지지 않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안정감을 갖는다.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 이제 두 달. 종일 집에서 두 아이와 부대끼며 지낸 지 두 달, 인식과 감정의 변화를 기록한다.